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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2 번역시 고유명사 풀어쓰기의 문제 part 2.

스타2 번역시 고유명사 풀어쓰기의 문제


야밤에 두서없이 주절주절 한 글이 이오공감에 올라가 버려서 조금 놀랐습니다. 사흘만에 로그인을 해 보니 많은 분들이 리플과 트랙백으로 의견을 말씀 해 주셨네요.

원래 가뭄에 콩나듯 로그인 하는 블로그고(글쓴이는 지금 군복무중입니다), 일회성의 잡담글이지만 이 정도 관심을 받다보니 책임감이 생겨서 후속글을 씁니다.



0.
제 견해에 동감해주신 분들께는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번역에 기회가 닿으면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1.
게임의 번역문제를 '익숙함'과 결부시켜서 시간이 해결 해 준다는 식으로 이야기 해 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방치와 망각입니다. 물론 어느정도 납득이 가니까, 라는 단서가 붙겠지요. 그 이상의 잡번역은 아예 유저들이 나서서 재번역을 하거나, 아예 원어판이 유행하기도 합니다. 사실 게임 자체만을 즐기려는 분들에게 번역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수도 있죠.




2.
와우의 번역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은, '아 시발 이거 나 시켜줬음 더 잘했을텐데' 입니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좋아하고 그 쪽 번역에 손을 대다 보니 이래저래 아쉬운 점이 많거든요. 특히 워크래프트 시리즈는 국딩때 3.5인치 디스켓에 담긴 1탄부터 했었습니다. 당연히 아쉬운 부분 열라 많군요. 특히 가장 아쉬운 부분은, 오크들이 무슨 폭력배 집단도 아니고 XX부족이 타당할 부분에 XX단 이라고 일관적으로 번역한 것입니다. '불타는 칼날단'이 워크2에서 간지폭발로 나오던 버닝 블레이드 클랜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때는 상당히 김이 빠졌었음.




3.
'무조건 단어 치환'을 추종하시는 분들이 흔히 들고 나오시는 이야기가 톨킨의 번역 가이드 라인에 대한건데요... 뭐랄까 제대로 아는 것도 없이 나대던 과거의 제가 떠올라서 민망스럽습니다; 반만 아시고 반은 모르시고 계셔요.

일단 톨킨의 가이드라인은 100%유럽쪽 알파벳 문화권을 위한게 맞습니다. 더불어 톨킨 자신도, 병신처럼 번역된 번역본을 보고 '이따구로 할거면 고유명사 번역하지 말고 냅둬' 라고 한 예가 있습니다. 톨킨이 전 세계 모든 언어에 익숙했던 것도 아니고, 전혀 다른 문자체계에 자신의 소설이 번역되는 것을 보았다면, 또 다른 가이드라인을 내놓았겠죠. 그만큼 언어에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보였던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톨킨이 자기 소설 번역하는 사람들 참고하라는 가이드라인이 왜 전혀 다른 번역건에 근거가 되는지는 의미불명입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너무 많이 보여요.




4.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번역중 모든 단어를 순 우리말로 바꿔야 할 당위성에 대해서 저는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설득을 한 번 해 주세요. 왜 그래야 할까요. 그냥 '당연해서'는 이유가 아니잖습니까. 무조건 '당연하다'고 여기며, 그게 스스로 존중받는 방법이고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이다~ 고 하시는 분들을 보면... 좀 있으면 '너같은 문화사대주의자 새끼는 죽어야해' 하시며 죽창들고 찾아오실까봐 무섭습니다. 농담입니다.

뭐 그런 사고방식의 발전형이 외래어에 대한 점진적인 거부일텐데, 컴퓨터를 셈틀이니 슬기틀이니 하고 비행기를 날틀이라고 하는거야 뭐 개인의 자유겠지요... 애필 해프닝이 생각납니다만. 참고로 미국였던가에서도 비슷한 느낌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도하게 많은 동의어와 유의어를 '퇴출' 시키자는 사람도 있고, 종니 엽기적이게도 중세 유입된 불어나 근대 독일계 이민들을 통해 유입된 독어 출신 단어들을 걸러내고 '순수한 고대어'를 쓰자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다만 '언어 순화' 차원을 넘어 인위적으로 언어를 바꾸려 드는 것은 중학교 국어시간에 배우는 언어의 성질 중 몇 가지에 역행하는 행동이 됩니다. 북한이나 중국은 국가적으로 이런거 하긴 하네요.

아무튼, '당연하다'고 하실 분이 또 있을것 같아서 미리 대답합니다. '안 당연합니다' 라고요.




5.
사용 언어가 중요한게 아니라 사용 의미가 중요하다... 란 데는 어느정도 공감 합니다만, 반대로 원어대로 쓰는게 세계관을 살리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워해머 세계의 경우는, 현실의 독일어를 기반으로 한 언어, 프랑스어를 기반으로 한 언어, 스페인어를 기반으로 한 언어 등이 있습니다. 각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이름등을 보면 해석 할 여지가 꽤 많이 보이는데, 이걸 죄다 의미 통하라고 획일화 시켜버리면 그 뉘앙스 등은 흔적도 없게 되지요.

번역 하다보면 해당 언어의 가상 문화의 느낌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와우의 예를 들자면, 아무래도 오크 특유의 거친 언어사용이 한국 판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지역화가 단순히 의미전달이 최우선시 된다면 오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살릴 수 있는 부분은 살려야지요.

움베르토 에코의 걸작, 장미의 이름의 무수한 외국어 코드들은 전부 번역이 가능합니다. 그래놓으면 소설이 얼마나 밋밋해질까요? 그냥 문자의 존재의의가 의미 전달이라면 에코는 뭐하러 그런 골빠지는 소설을 썼겠습니까.




6.
그럼 그저 뜻만 통하는 번역이 얼마나 폐해를 낳는지 몇가지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외에도, 단어를 번역한다는 것은 사전 찾아서 제일 처음 나오는 단어를 써 주면 되는게 아닙니다. 그 의미를 찾아야 하는거지요. '구축함'이 있습니다. 구축함의 영문표기는 destroyer 입니다. 대딩 번역알바 센스로 해석하면 '파괴자' 겠죠? 실제로 '파괴함'이라는 해석을 본적이 있습니다만(어린마음에 그게 맞는줄 알았음), 번역자와 번역기의 차이가 여기서 드러나야겠죠.

또한 외국어의 '다의어'를 해석하면서 '다른 뜻은 생각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본인이 관심있게 알고있는 분야가 아닐 경우 좀 안드로메다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보통 전쟁영화가 욕을 많이 먹습니다.

중대-대대-연대-여단
company-battalion-regiment-brigade

근데 솔직히... 전쟁영화에서 계급도 아니고 제대 틀리는건 좀 어이가 없습니다. 이건 진짜 사전 찾아서 맨 앞에 있는거 쓰면 되는건데; 그거는 오역의 영역이고, 아무튼 company는 워낙 뜻이 많은 단어니 뺀 다음, 대대, 연대, 여단을 뜻하는 단어는 근대적인 군사조직이 발생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단어입니다. 그리고 그 본디 뜻(가령 regiment는 영주가 소집한 부대를 집합적으로 이름) 이외에도 공히 '무장 병력의 집단' 등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실제로 'armoured brigade'라 하면 사전적인 최우선 의미는 기갑여단이겠지만, 중세의 중기병 부대를 이런 식으로 이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야기는 중세를 활보하는 기갑부대 따위의 번역을 봤기 때문에 하는 말이겠죠?

또 계급의 경우는 틀릴만 하니 틀린다... 고 하기는 비참할 정도로 사방에 관련정보가 넘쳐납니다. 가령 뭐 captain이 육군은 대위지만 해군은 대령이며, 함장의 의미라는 등의 상식이 없다면 틀릴수도 있겠죠 뭐... 라고 이해하긴 힘들군요.

아무튼, 한국군의 계급체계야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 졌기 때문에 대중소 대중소 대중소 알아보기 쉽지만, 외국어의 경우는 '전근대적 군대의 각종 직책(혹은 계급)명'이 어원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번역하기 어려운 면이 많습니다. 나라마다 다른 경우도 있고... 몇번 본 기억이 나는 실수가 sergent를 '하사'라고 번역해 버리는 행태였습니다. 중세의 서전트는 현대 육군의 '하사'와는 격이 좀 많이 다르거든요. 차라리 부사관이라고 해주면 그나마 뜻이 통할듯;

군대 구령 중에서도 Fire!는 '불이야!'가 아니라 사격명령이고, Present Arms!는 무기 수여가 아니라 받들어 총, 즉 무장 한 상태에서의 경례 구호입니다. 네버윈터 나이츠의 뻘번역은 역사의 길이 남을 수준이고요.

뭔가 밀덕스러운 이야기만 잔뜩 했는데(사실 이건 밀덕 축에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사전만 찾아도 나오는 내용인데요) 우리나라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이고도 자주 보이는 뻘번역이 바로 queen입니다. 여왕보다는 왕비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이는데, 잡번역자들이 그걸 몰라요.

아, corn=옥수수 도 있군요. 옥수수란 뜻도 있지만은 '곡물'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7.
문화권 별로 '번역이 가능하긴 하지만, 단어 바리에이션이 후달리는 경우' 도 있겠습니다.

예를 들자니 딱히 생각나는게 없는데, 한국어에서 '눈'은 눈 이고 싸락눈 함박눈 등등 몇 종류의 연관어가 있지만, 이누이트들의 '눈' 관련단어가 20종류가 넘는다던가요?




<-여기서 글슨이도 궁금해서 스타2 한글화 정보 총정리라는 기사를 가 보고 어처구니를 상실했습니다. 솔직히 좀 짜증나네요. 스타2의 번역 퀄리티는 상대적으로 봐도 형편없습니다. 와우와 비교할데가 아니네요.




8.
일관성의 문제는, 당장 번역을 하면서 보이는건 아니지만 이로 인해 번역을 마친 후 '어딘지 모르게 껄끄러움'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죠. 제가 와우 번역을 아쉬움이 느껴지면서도 칭찬하고, 스타2에 껄끄러움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이것입니다. 뭐 와우는 요즘들어 점점 신경을 안 쓰는것 같긴 합니다만....

아무튼 제가 스타2에 불만인 부분은, 번역을 할거면 죄다 해서 한국어 단어로 끼워맞추라는 겁니다. 고스트는 유령인데 밴시는 왜 밴시일까요. 처녀귀신이라거나, 곡귀라거나 가능한데 말이죠. 바이킹의 경우도 단순한 해적이라거나, 약탈함이라거나 가능합니다. 토르는 마침 사신도 있으니 뇌신으로 짝이 맞춰지네요. 얼마든지 가능해 보이는데, 어째서 안 했을지....

저그의 리스크 시리즈나 저글링, 브루드로드도 번역을 안했는데 이 역시 좀 의아합니다. 리스크 시리즈는 XX체 하는식으로 얼마든지 의역이 가능하고, 저글링도 마찬가지지요. 브루드로드를 안 한것은... 너희들 멍청이? 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오버로드를 대군주라고 질러버린 주제에 브루드로드는 왜;

블리자드에 한국인 직원이 있어서 직접 하진 않았을테고, 보나마나 하청업체에서 했을텐데, 스타2는 현재 번역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단어 선택 자체가 형편 없습니다. 이건 분명 말 할수 있습니다.




9.
시즈탱크의 공성전차 번역이 이상하지 않다는 분들은 아마도 '공성'이나 '전차'나 'siege'등의 단어와 그다지 인연이 깊지 않으신 분들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당장 현대전에서 '공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쓰이질 않습니다. 포위니 공위니 하는 명확한 단어가 있다는 말이지요. 야전축성이라는 단어에서 '성'을 쓰긴 하지만, 요새화된 지역을 공격하는 행위를 둘러치고 공성이라고 하진 않습니다. 포위공격이라고 하지요. siege의 '주된' 의미는, 꼭 농성중인 적이 아니더라도 적을 '포위'한다는데 있습니다. 당장 under siege를 뭐라고 해석하시겠습니까?




10.
개인적으로 집요한 '한글화'에 대해 다소 다른 번역관을 가지고는 있어도 딱히 그걸 빌미로 남을 비방하거나 하는 편은 아닌데, 스타2의 번역은 실망스럽네요. 아마 본사에 한국인 직원이 있어서 직접 한건 아닐테고 보나마나 국내 몇 있는 번역업체중 한 곳에 하청을 줬을텐데;;; 괴이하게도 번역업체들이 아무리 발번역을 하고 개판으로 게임을 말아먹어도 망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진짜 돈 벌기 쉽다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코드 작업 가능한 프로그래머 몇 두고 엑셀 쓸줄 알고 수능 영어 할줄 아는 알바생 몇 명 두면 솔직히 게임 번역작업 할 수 있거든요.

아 모르겠습니다 글 쓰기도 싫어졌음; 이건 더 이상 취향의 문제가 아니네요. 개인적인 번역관과, 번역 작업의 일반론 등에 대해서 적어볼 생각이었는데 때려치울렵니다;

by 금린어 | 2009/07/02 23:27 | 게임??? | 트랙백(1) | 핑백(2) | 덧글(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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