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2 번역시 고유명사 풀어쓰기의 문제 part 3.

스타2 번역시 고유명사 풀어쓰기의 문제 part 2.



시답잖은 글이 연이어 이오공감을 더럽히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허나 이오공감에 올라간 만큼 뒷 수습은 하는게 좋겠지요.

저는 음역이 우월하다고 하는게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음역이 나을 때도, 훈역이 나을 때도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무조건적인 '자국어화'를 추구하는 분들을 보면 배타적인 원리주의자의 폭주가 생각납니다. 제가 비판하는 부분은 그 쪽이에요. 어찌보면 '취존중'의 영역일수도 있겠는데, 우물에 독풀기 오류를 범하는 극단적인 모습도 보이구요.

오해를 줄이기 위해 미리 말하지만, 제가 스타2의 무분별한 한역을 비난하는 이유는, 단순히 한국어 단어로 바꿨기 때문이 아니라 그 퀄리티 자체가 저열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단어로 바꾸는건 상관 없어요. 저도 일 할때 월급 주는 사람이 그러라고 시키면 그렇게 할겁니다. 거기에는 또 걸맞는 방식이 있으니까요. 같은 이유로, 와우의 용어선정에 이의가 있으면서도 긍정하는 이유는 일관성이라는 부분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방대함을 생각하면 국내 게임들 중 최고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이고, 문장들이 매우 매끄럽기 때문입니다. 번역에서 중요한 것은 이런 부분이죠.

다시 말하지만, 저는 음역이 옳다, 음역이 우월하다, 고 하는게 아닙니다. 저 자신도 번역할때 이것저것 상황에 맞게 골라씁니다. 하지만 음역이 옳지 않다, 저열하다, 는 거짓이라고 하는겁니다.




0.
먼저, 싫은 일은 먼저 한다는 점에서 별로 상대 싫은 논쟁거리들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제 '번역제안'에 대해서 까 주신 분들의 일부를 보노라면... 아 뻘번역자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번역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전 한 자 찾아보지 않고 내 상식이 맞겠거니... 하는데서 발생하는 오류지요.

a.
고스트=유령이 적합한 번역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동의합니다만, 그렇다고 언제든 쓸 수 있는 적합어라는 것은 아니지요. 밴시-처녀귀신보다 우월한 적합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요. 따로 리플 달아주신 분도 계시지만 ghost의 폭넓은 용례에 대해 잘 모르시고 하신 말씀이겠지 싶습니다(사랑과 영혼이나, 성령의 예를 들 필요는 없겠죠). 밴시-처녀귀신, 혹은 곡귀는 '여성형' '곡성으로 존재를 표출' '그 자체는 무해함' 등의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유일무의한 적합어라는 것은 아니고, 이게 '번역 과정' 이라는 것입니다. 

여담으로, 원래 한국어에는 서양에서 언데드 몬스터에 속할 다양한 단어들을 대체할만한 수단이 그다지 없으므로 RPG등의 몬스터 명칭등은 원어를 사용하는 편이 매끄럽습니다.

b.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부족의 정의는 '공통()의 언어를 사용하고, 일정한 공통 영역()을 가지며, 동질적()인 문화와 전통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 이랍니다. 버닝 블레이드 클랜의 설정존재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나요? 라기보다 원래 워크래프트 오크들의 부족들은 이합집산을 거친 '저러한' 집단들입니다. 그리고 워크3 때 까지 잘 만 쓰던 단어구요. 그리고 굳이 번역하다보니 저렇게 된 것이고, 저라면 클랜이라는 원어를 쓰겠습니다.

제가 몇 종류의 번역 업무를 하면서 비교적 호평을 받았던 이유는 영어보다 한국어에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이 정확한지 항시 점검할 필요가 있죠.

그리고 글을 쓰는것 보다 쓰여진 글을 까는게 편한것도 상식으로... 저에게 말씀주신 고견들 보다 훨씬 장황한 태클을 스타2의 모든 유닛 이름에 걸 수 있다는 것도 밝혀둡니다. 무의미하니까 안 하지요.




1.
음역이 번역의 포기라구요? 번역을 뭘 얼마나 해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선택지를 줄이시는지. 반대지요. 단순한 단어 1:1대칭의 훈역이야 말로 생각 하기 싫은 잡번역자들의 안이함의 상징이라고 하겠습니다. 대학생이면 사전만 있으면 하니까요. 그러나 공성전차 같은 명백한 오역이 나오겠지요. 중요한 것은, 번역자가 얼마나 고민과 사유를 거쳐 '최적'의 결과를 내느냐 하는것입니다. 저는 음역이나 훈역, 어느 쪽이 옳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저 자신도 균형을 잡기 위해 무진 노력중이구요. 허나, 음역이든 훈역이든 별다른 노력없이 배출 되었을 때 뻘번역이 나오는거죠. 그리고 그러한 고민을 하지 않고 '공성전차'같은 뻘번역을 내놓을 것이라면 음역이 오류를 줄이는 한 방편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요. 저도 초벌 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고민하지 말고 나중에 내가 처리할테니 음역해라, 고 합니다.

물론 무작정 음역이 번역 최종단계까지 아무런 터치를 받지 못하다가... 사고를 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할것 같네요. 제가 '비난'을 넘어 '경멸' 하는 음역의 경우입니다. '얼음과 불의 노래'의 1, 2부가 번역 퀄리티로 초장부터 참 말이 많았죠? 제가 본지 어언 6년이 넘어가는 책에서 아직도 기억나는게 우수르페르usurper(유서퍼, 찬탈자), 피로만세르pyromancer(파이로맨서, 불마술사/불주술사)의 두 가지 입니다. 존나 모르는게 나오면 사전을 찾아봐야 할게 아닌가요.

그런데 단어를 어떻게 번역하느냐, 하는 것은 상당히 지엽적인 문제로, 이렇게 논란이 될 문제도 아닙니다. 1-1로 넘어가지요.


1-1.
이 문제를 제기하신 분이 예로 들어주신 모 게임이 1탄인지, 2탄인지 모르겠지만 둘 다 다른 정보 없이는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려운 나름 뻘번역계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확장팩의 경우는 퀄리티가 더 저열하고, 이런 류 게임의 필수인 '일관성' 마저 유지가 되지 않아서 욕을 더 먹었었죠. 물론 이가 갈리는 네버윈터 나이츠 수준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한글판이 있으면서 원어판을 플레이 하게 만들었던, 개인적으로 기념비적인 게임이었습니다. 덕분에 학창시절 영어성적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요.

또한 '태클을 넣는 방향'이 다소 잘못된게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왜냐하면 확장팩이나 후속작을 번역하는 사람은 원작의 번역을 '최대한 고증'해야 할 의무가 있거든요. 멋지고 촌스럽고를 떠나서 원작과 괴리가 되는 번역은 지양하셔야 합니다. 말하자면, 원작 자체가 최대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이 되는 것이죠. 그리고 문장 이해가 힘들 정도로 오역이 난무하는 판에 엉뚱한 부분을 지적하고 나서면 실무자들도 사람인데, 불편한 관계가 되지 않을수가 없지요. 우선 순위가 잘못되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잘 했다는 것은 아니구요.




2.
번역에는 의미 전달이 중요하다, 그래서 한역이 반드시 옳다... 는 주장에 대해서는 앞쪽 절반은 맞지만 뒤쪽 절반은 틀렸습니다.

'베헤모스급 배틀크루저가 야마토 캐논을 발사해 콜로서스를 소멸시켰다'

나,

'대지의 괴수급 전투순양함이 큰화합 포를 발사해 거신을 소멸시켰다'

이해 안되기는 그놈이 그놈입니다. 베이스가 되는 지식을 어떻게 알고 있느냐, 혹은 받아들이느냐의 차이지 한국어로도 생소한 단어로 바꾼다고 문장이 명료해 지는것은 아니죠. 요는 바꿀건 바꾸고, 놔둘건 놔두는 것입니다.

'베헤모스급 순양전함이 야마토포를 발사해 콜로서스를 소멸시켰다' 정도가 미묘하지만 답이라고 보입니다.

그리고 방금 알게되어 좀 짜증이 났는데, Battlecruiser는 몇 년 사이에 의미정립이 완료되어 학계에서도 사전에서도 순양전함으로 표기하더군요. 한역에 논란이 되면 최신판 사전 찾아서 거기 나오는 단어 쓰는건 번역자의 '의무' 입니다. 그리고 의미상으로도 순양전함이 전투순양함보다 명료한 단어라고 봅니다. 왜 그런지는 밀덕분들이 설명을 해 주실겁니다.

레이븐이나 갈까마귀나... 갈까마귀가 까마귀와 많이 다르게 생겼다는 것을 알고, 그 이미지를 이해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콜로서스=거신 은, 오히려 어거지 번역을 통해 의미가 모호해져 버린 대표적인 경우가 되겠구요.

vulture를 독수리로 바꾸면 의미가 명확해 지느냐? 한국인의 '상식'에서 독수리는 매나 솔개와 같은 고고하고 뛰어난 맹금류의 이미지입니다. 즉, F-15 이글의 날렵하고 강력한 창공의 지배자가 그 이미지죠. 허나 벌쳐는 썩은 고기를 먹는 음습한 기회주의자의 느낌입니다. 한역 하면 오히려 원래 의미가 흔적도 없이 날아가는 예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당장 토르니 밴시니 하는 것들도 알 만한 사람 아니면 모를 단어들 아닌가요?

저는 번역할때 문단 단위로 처리하고, 명료한 의미 전달을 위해 문장을 이합집산시키고 아예 새로 쓰는 만행을 거듭합니다. 검수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문장 단위로 처리하는게 편하기 때문에 종종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훨씬 자연스럽고 퀄리티가 높은 물건이 나오게 되죠(문장 단위로 안이하게 번역하고 제대로 관리를 안해주면 저 발더스게이트 같은, 퀘스트에 앞서 단어 퍼즐부터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저 역시 명료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갖은 고민을 거듭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무분별한 훈역이 명료함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오셀로나 체스를 '서양 장기'라고 훈역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오셀로나 체스가 더 명료하지요.

트랙백 하신 분들도 제안해 주셨지만, 굳이 사전적 의미에 집착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럴커에 잠복자 보다는 촉수벌레가 훨씬 납득이 가네요. 블랙홀은 그렇다 치고 웜홀을 벌레구멍이라고 번역한건 무분별한 훈역에 떠밀린 가련한 희생으로 보고싶습니다.





3.
도올 김용옥 선생의 번역관은 제가 많은 부분 공감하는 부분이고, 실제로 저도 여러 부분 작업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편리하게 일부분만 발췌되어 '음역금지 훈역킹왕짱'의 근거로 이용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좀 씁쓸하네요. 여기에 대해서는 코멘트 하지 않겠습니다.

톨킨의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자기 편한 부분만 가져와 자기 편한 주장에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 좀 그렇군요. 왜 톨킨 스스로 모순되는 행동을 했었다는 것은 다들 모르는 것인지. 게다가 톨킨은 위대한 언어학자고 설정상 LotR의 번역자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창작자죠. 여기에 관해서는 충분히 코멘트 했다고 생각합니다.




4.
시즈탱크의 역어로 공성전차가 어색하지 않으시다는 분은 배틀크루저의 역어로 전투유람선은 어떻습니까?

참고로 영국에는 '기병'이 있는게 아니라 '기병부대'가 있고 '척탄병'이 있는게 아니라 '척탄병부대'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기갑정찰대나 기갑부대, 보병부대죠. 이런게 고유명사의 묘미입니다. 영국군에는 20여개의 근위연대가 있지만, 이들이 런던에 꽁꽁 묶여서 '근위'만 하는것도 아니죠. 저는 회계병이지만 풀도 깎고 삽질도 하고 쓰레기도 치웁니다;;;; 독일군은 보병 대신 '척탄병' 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보병전술'을 '척탄병전술'이라고 하진 않습니다. 말해도 소용없지 싶지만.




5.
농담이지만, '나의 블쟈는 그렇지 않아!'라시는 분은, 정말로 블리자드가 무슨 신청하면 돈나오는 공기업도 아니고, 1년에 게임 몇개나 만든다고 번역팀을 통째로 상주시킬거라고 '상상' 하시는 걸까요. 세간에는 '아웃소싱'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저 자신도 공식/비공식 20회가 넘는 번역질을 해봤지만, 좋게 말하면 '자유창기병', 나쁘게 말하면 '일용노동자' 였습니다. 군대만 해결됐어도 인턴을 거쳐 정식 입사 했을수도 있지만 망할놈의 군대.

여담으로, 만약 이름난 번역자나 번역업체의 의뢰를 할 때, 충분한 페이를 제시하지 않으신다면 '자유창기병'이나 '일용노동자'가 대신 한 잡글뭉치를 받게 되실겁니다. 이 바닥이 그래요.




6.
어떤 사물의 이름으로 '일반명사'를 부여했다면, 이는 '고유명사'가 됩니다. 일반명사 취급을 할 필요가 없어요. '삼성'이라는 상호에서 '세 개의 별'이라는 뜻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Shell은 조가비 공예품이 아니라 정유제품을 판매합니다. 제 친구 제이 아처는 궁수 제이가 아니며, 한국인 이름 李明虎를 '자두 가문의 밝은 호랑이'라고 훈역하는 미친놈은 없습니다. 심지어 스타크래프트의 제목 자체도 '성간전술'이니 '별의 기술' 따위로 번역 않습니다. 디아블로도 '대악마' 라고 어거지 번역 안해요(중국인들은 하겠죠). 그런데 왜!!! 번역할 때는 현실에서 안 쓰는 잣대를 들이대서 독자를 불편하게 하는걸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평생가도 관사를 이해 못하는 한국인의 특징도 관련되어 있고... 아무튼 '이름'의 인식에 관해 논문도 나온적이 있습니다.

반드시 의미전달이 필요한 경우, 여기에 신경을 쓸만큼 좀 성실한 번역자들은(외람되지만, 저 자신도 포함됩니다) 일반적으로 주석을 통해 이를 해결합니다. 굳이 본문을 어거지로 건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정보전달을 중시하는 사람과, 읽기의 흐름을 끊기는 것을 원

벌쳐 이야기를 하면, 벌쳐에 독수리 이미지가 부여되었다시던데,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실까요. 병기의 이름은 그저, 적당히 이미지가 어긋나지 않고 '강해보이는' 명칭을 순서대로 붙일 뿐입니다. 가령, 티거나 판터 전차의 경우 호랑이나 표범의 이미지 자체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미군의 Paladin 자주포가 힐링을 쓴다는 것은 비밀입니다. 벌쳐의 원래 의미는 썩은 고기를 집어먹는 콘도르라는 맹금류겠으나, 스타의 벌쳐는 미래의 인류 우주군이 정찰/교란 목적으로 사용하는 날렵한 형태의 전투차량인 것입니다. 이걸 굳이 연관시킬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냥 호기심의 영역으로 찾아볼 수는 있겠죠.

의미 전달에 그렇게 집착한다면, 대체 인명으로 명명된 장비나 선박은 어쩌려고 하십니까. 미 항모 아이젠하워는 'USS 2차대전 구미연합군 총사령관' 정도 나가줘야 할까요? 이런 부분은 주석을 두는게 적절하죠?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호기심 넘치는 유저를 위해서 매뉴얼이나 공식 사이트에 설명을 달아주면 충분합니다.




7.
2002년 월드컵이 있던 해, 군인을 지망하고 있던 저는 정복을 입고 첫 휴가를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옷이 진짜로 역무원과 비슷한 점도 있고 해서 인천 집까지 가는데 무려 외국인이 11명이나 길을 묻더라구요.

저는 읽기 듣기는 대강 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영어 벙어리기 때문에, 입으로는 yes, next train 정도만 사용하며 손짓발짓과, 역에 비치된 노선표에 펜으로 써 주며 설명을 했었습니다. 요즘 들어, 좋은 번역은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건 수 많은 기존 스타 유저들이 반발하고 있는 이유인데, '익숙함을 버려야 한다는 것' 입니다. 이건 어찌보면 업체 측에서 당연히 배려해야 할 부분인데 왜 막나가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번역에 정답도 없고 당위도 없습니다. 보는 사람이 좋은 번역이 좋은 번역입니다. 번역자의 자의식을 만족하는 작업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든 논란은 있을텐데요. 그렇다면 어차피 스타2 유저 대다수는 기존 스타 유저일테고 당장 눈에 보이는 소비자 계층이기도 한데 왜 이런 식으로 방향을 잡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번역을 했었고, 앞으로도 하고 싶어하고 있으므로 묘하게 냉정하게 볼 수 있어, '나랑은 상관 없는 일' 로 치부하곤 있지만 '보통 기존 유저'들의 아우성이 이해가 갑니다.





8.
무조건적인 한역을 추구하며 '도덕적 우월감'을 가진 사람을 어제 이글루에서 보고 좀 놀랐는데, 그냥 병신인증이라고 생각하렵니다.




9.
롱소드...와 같은 명사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은, 제 방식과는 조금 다르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a.
롱소드=장검은 뜻은 통하지만 적확하게 1:1로 대응되는 단어는 아니라는 점. 예민한 사람들이 이런 부분에 신경을 씁니다. 좀 의미를 깊게 드러내자면 드래곤=/=용 이 있겠네요. 번역은 아니지만, 드래곤 라자의 이영도 작가가 이런 이유로 롱소드, 갤러리, 차지 등의 단어를 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동의는 못하지만 이해는 간다... 랄까요.


b.
일관성을 위해서 입니다. 제 경우도 워해머 제국의 3대 기본 병종인 소드맨, 스피어맨, 할버디어를 번역하면서 무지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검병, 창병, 창부병으로 가느냐, 원음대로 가느냐. 결론은 익숙하다는 이유로 후자를 택했었습니다. 그런데 또 제국 말고 다른 종족은 창병으로 번역하기도 했으니... 어디까지나 융통성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걸작 SF '어둠의 왼손'을 보면, 소설의 대부분은 음역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원어가 뭔지 궁금하다, 주석을 달아줬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거든요. 그러나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며 열쇠가 되는 '엔보이' 만은 '사절'로 번역하지 않고 원어를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이런게 융통성이죠.




10.
제가 말하고자 하는것과 경험으로 깨달은 것은, 음역이든 훈역이든, '무조건'이 붙는 순간 안이함의 도피처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단어 선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관성' 이고, 일관성보다 중요한 것은 문장, 문단의 명시성이 되겠습니다. 이상한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훈역했으니 우월해' 하는 태도가 이해가 안 갈 뿐이라는 것이죠. '문화사대주의자' 라는 극단적인 단어만 안 나왔어도 제가 정전블로그에 세 차례에 걸쳐 시답잖은 글을 쓰진 않았을 겁니다.

번역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 지식이 아닙니다. 오히려 영어 지식보다는 한국어 지식이 중요하고(영어는 주어 동사 안 헷갈릴 정도에 사전 찾을 정도면 됨. 그러나 한국어는 단편 소설정도는 쓸 실력이 되어야 함), 그보다도 유연한 사고방식이 중요합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크기와 무게가 제각각인 '단어'라는 물체를 양팔저울 양쪽에 올려서 균형을 잡는다고 할까요?

훈역이 우월하다느니, 음역이 저열하다느니 하는 엉성한 방법론으로는 스타2의 유닛명과 같은 어설픈 반쪽자리 번역이 나올 뿐입니다. 답은 '그때그때달라요'+'취향이니존중해달라능'이 되겠네요.

by 금린어 | 2009/07/04 17:48 | 게임??? | 트랙백(1) | 덧글(2)

스타2 번역시 고유명사 풀어쓰기의 문제 part 2.

스타2 번역시 고유명사 풀어쓰기의 문제


야밤에 두서없이 주절주절 한 글이 이오공감에 올라가 버려서 조금 놀랐습니다. 사흘만에 로그인을 해 보니 많은 분들이 리플과 트랙백으로 의견을 말씀 해 주셨네요.

원래 가뭄에 콩나듯 로그인 하는 블로그고(글쓴이는 지금 군복무중입니다), 일회성의 잡담글이지만 이 정도 관심을 받다보니 책임감이 생겨서 후속글을 씁니다.



0.
제 견해에 동감해주신 분들께는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번역에 기회가 닿으면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1.
게임의 번역문제를 '익숙함'과 결부시켜서 시간이 해결 해 준다는 식으로 이야기 해 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방치와 망각입니다. 물론 어느정도 납득이 가니까, 라는 단서가 붙겠지요. 그 이상의 잡번역은 아예 유저들이 나서서 재번역을 하거나, 아예 원어판이 유행하기도 합니다. 사실 게임 자체만을 즐기려는 분들에게 번역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수도 있죠.




2.
와우의 번역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은, '아 시발 이거 나 시켜줬음 더 잘했을텐데' 입니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좋아하고 그 쪽 번역에 손을 대다 보니 이래저래 아쉬운 점이 많거든요. 특히 워크래프트 시리즈는 국딩때 3.5인치 디스켓에 담긴 1탄부터 했었습니다. 당연히 아쉬운 부분 열라 많군요. 특히 가장 아쉬운 부분은, 오크들이 무슨 폭력배 집단도 아니고 XX부족이 타당할 부분에 XX단 이라고 일관적으로 번역한 것입니다. '불타는 칼날단'이 워크2에서 간지폭발로 나오던 버닝 블레이드 클랜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때는 상당히 김이 빠졌었음.




3.
'무조건 단어 치환'을 추종하시는 분들이 흔히 들고 나오시는 이야기가 톨킨의 번역 가이드 라인에 대한건데요... 뭐랄까 제대로 아는 것도 없이 나대던 과거의 제가 떠올라서 민망스럽습니다; 반만 아시고 반은 모르시고 계셔요.

일단 톨킨의 가이드라인은 100%유럽쪽 알파벳 문화권을 위한게 맞습니다. 더불어 톨킨 자신도, 병신처럼 번역된 번역본을 보고 '이따구로 할거면 고유명사 번역하지 말고 냅둬' 라고 한 예가 있습니다. 톨킨이 전 세계 모든 언어에 익숙했던 것도 아니고, 전혀 다른 문자체계에 자신의 소설이 번역되는 것을 보았다면, 또 다른 가이드라인을 내놓았겠죠. 그만큼 언어에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보였던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톨킨이 자기 소설 번역하는 사람들 참고하라는 가이드라인이 왜 전혀 다른 번역건에 근거가 되는지는 의미불명입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너무 많이 보여요.




4.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번역중 모든 단어를 순 우리말로 바꿔야 할 당위성에 대해서 저는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설득을 한 번 해 주세요. 왜 그래야 할까요. 그냥 '당연해서'는 이유가 아니잖습니까. 무조건 '당연하다'고 여기며, 그게 스스로 존중받는 방법이고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이다~ 고 하시는 분들을 보면... 좀 있으면 '너같은 문화사대주의자 새끼는 죽어야해' 하시며 죽창들고 찾아오실까봐 무섭습니다. 농담입니다.

뭐 그런 사고방식의 발전형이 외래어에 대한 점진적인 거부일텐데, 컴퓨터를 셈틀이니 슬기틀이니 하고 비행기를 날틀이라고 하는거야 뭐 개인의 자유겠지요... 애필 해프닝이 생각납니다만. 참고로 미국였던가에서도 비슷한 느낌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도하게 많은 동의어와 유의어를 '퇴출' 시키자는 사람도 있고, 종니 엽기적이게도 중세 유입된 불어나 근대 독일계 이민들을 통해 유입된 독어 출신 단어들을 걸러내고 '순수한 고대어'를 쓰자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다만 '언어 순화' 차원을 넘어 인위적으로 언어를 바꾸려 드는 것은 중학교 국어시간에 배우는 언어의 성질 중 몇 가지에 역행하는 행동이 됩니다. 북한이나 중국은 국가적으로 이런거 하긴 하네요.

아무튼, '당연하다'고 하실 분이 또 있을것 같아서 미리 대답합니다. '안 당연합니다' 라고요.




5.
사용 언어가 중요한게 아니라 사용 의미가 중요하다... 란 데는 어느정도 공감 합니다만, 반대로 원어대로 쓰는게 세계관을 살리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워해머 세계의 경우는, 현실의 독일어를 기반으로 한 언어, 프랑스어를 기반으로 한 언어, 스페인어를 기반으로 한 언어 등이 있습니다. 각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이름등을 보면 해석 할 여지가 꽤 많이 보이는데, 이걸 죄다 의미 통하라고 획일화 시켜버리면 그 뉘앙스 등은 흔적도 없게 되지요.

번역 하다보면 해당 언어의 가상 문화의 느낌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와우의 예를 들자면, 아무래도 오크 특유의 거친 언어사용이 한국 판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지역화가 단순히 의미전달이 최우선시 된다면 오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살릴 수 있는 부분은 살려야지요.

움베르토 에코의 걸작, 장미의 이름의 무수한 외국어 코드들은 전부 번역이 가능합니다. 그래놓으면 소설이 얼마나 밋밋해질까요? 그냥 문자의 존재의의가 의미 전달이라면 에코는 뭐하러 그런 골빠지는 소설을 썼겠습니까.




6.
그럼 그저 뜻만 통하는 번역이 얼마나 폐해를 낳는지 몇가지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외에도, 단어를 번역한다는 것은 사전 찾아서 제일 처음 나오는 단어를 써 주면 되는게 아닙니다. 그 의미를 찾아야 하는거지요. '구축함'이 있습니다. 구축함의 영문표기는 destroyer 입니다. 대딩 번역알바 센스로 해석하면 '파괴자' 겠죠? 실제로 '파괴함'이라는 해석을 본적이 있습니다만(어린마음에 그게 맞는줄 알았음), 번역자와 번역기의 차이가 여기서 드러나야겠죠.

또한 외국어의 '다의어'를 해석하면서 '다른 뜻은 생각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본인이 관심있게 알고있는 분야가 아닐 경우 좀 안드로메다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보통 전쟁영화가 욕을 많이 먹습니다.

중대-대대-연대-여단
company-battalion-regiment-brigade

근데 솔직히... 전쟁영화에서 계급도 아니고 제대 틀리는건 좀 어이가 없습니다. 이건 진짜 사전 찾아서 맨 앞에 있는거 쓰면 되는건데; 그거는 오역의 영역이고, 아무튼 company는 워낙 뜻이 많은 단어니 뺀 다음, 대대, 연대, 여단을 뜻하는 단어는 근대적인 군사조직이 발생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단어입니다. 그리고 그 본디 뜻(가령 regiment는 영주가 소집한 부대를 집합적으로 이름) 이외에도 공히 '무장 병력의 집단' 등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실제로 'armoured brigade'라 하면 사전적인 최우선 의미는 기갑여단이겠지만, 중세의 중기병 부대를 이런 식으로 이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야기는 중세를 활보하는 기갑부대 따위의 번역을 봤기 때문에 하는 말이겠죠?

또 계급의 경우는 틀릴만 하니 틀린다... 고 하기는 비참할 정도로 사방에 관련정보가 넘쳐납니다. 가령 뭐 captain이 육군은 대위지만 해군은 대령이며, 함장의 의미라는 등의 상식이 없다면 틀릴수도 있겠죠 뭐... 라고 이해하긴 힘들군요.

아무튼, 한국군의 계급체계야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 졌기 때문에 대중소 대중소 대중소 알아보기 쉽지만, 외국어의 경우는 '전근대적 군대의 각종 직책(혹은 계급)명'이 어원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번역하기 어려운 면이 많습니다. 나라마다 다른 경우도 있고... 몇번 본 기억이 나는 실수가 sergent를 '하사'라고 번역해 버리는 행태였습니다. 중세의 서전트는 현대 육군의 '하사'와는 격이 좀 많이 다르거든요. 차라리 부사관이라고 해주면 그나마 뜻이 통할듯;

군대 구령 중에서도 Fire!는 '불이야!'가 아니라 사격명령이고, Present Arms!는 무기 수여가 아니라 받들어 총, 즉 무장 한 상태에서의 경례 구호입니다. 네버윈터 나이츠의 뻘번역은 역사의 길이 남을 수준이고요.

뭔가 밀덕스러운 이야기만 잔뜩 했는데(사실 이건 밀덕 축에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사전만 찾아도 나오는 내용인데요) 우리나라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이고도 자주 보이는 뻘번역이 바로 queen입니다. 여왕보다는 왕비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이는데, 잡번역자들이 그걸 몰라요.

아, corn=옥수수 도 있군요. 옥수수란 뜻도 있지만은 '곡물'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7.
문화권 별로 '번역이 가능하긴 하지만, 단어 바리에이션이 후달리는 경우' 도 있겠습니다.

예를 들자니 딱히 생각나는게 없는데, 한국어에서 '눈'은 눈 이고 싸락눈 함박눈 등등 몇 종류의 연관어가 있지만, 이누이트들의 '눈' 관련단어가 20종류가 넘는다던가요?




<-여기서 글슨이도 궁금해서 스타2 한글화 정보 총정리라는 기사를 가 보고 어처구니를 상실했습니다. 솔직히 좀 짜증나네요. 스타2의 번역 퀄리티는 상대적으로 봐도 형편없습니다. 와우와 비교할데가 아니네요.




8.
일관성의 문제는, 당장 번역을 하면서 보이는건 아니지만 이로 인해 번역을 마친 후 '어딘지 모르게 껄끄러움'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죠. 제가 와우 번역을 아쉬움이 느껴지면서도 칭찬하고, 스타2에 껄끄러움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이것입니다. 뭐 와우는 요즘들어 점점 신경을 안 쓰는것 같긴 합니다만....

아무튼 제가 스타2에 불만인 부분은, 번역을 할거면 죄다 해서 한국어 단어로 끼워맞추라는 겁니다. 고스트는 유령인데 밴시는 왜 밴시일까요. 처녀귀신이라거나, 곡귀라거나 가능한데 말이죠. 바이킹의 경우도 단순한 해적이라거나, 약탈함이라거나 가능합니다. 토르는 마침 사신도 있으니 뇌신으로 짝이 맞춰지네요. 얼마든지 가능해 보이는데, 어째서 안 했을지....

저그의 리스크 시리즈나 저글링, 브루드로드도 번역을 안했는데 이 역시 좀 의아합니다. 리스크 시리즈는 XX체 하는식으로 얼마든지 의역이 가능하고, 저글링도 마찬가지지요. 브루드로드를 안 한것은... 너희들 멍청이? 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오버로드를 대군주라고 질러버린 주제에 브루드로드는 왜;

블리자드에 한국인 직원이 있어서 직접 하진 않았을테고, 보나마나 하청업체에서 했을텐데, 스타2는 현재 번역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단어 선택 자체가 형편 없습니다. 이건 분명 말 할수 있습니다.




9.
시즈탱크의 공성전차 번역이 이상하지 않다는 분들은 아마도 '공성'이나 '전차'나 'siege'등의 단어와 그다지 인연이 깊지 않으신 분들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당장 현대전에서 '공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쓰이질 않습니다. 포위니 공위니 하는 명확한 단어가 있다는 말이지요. 야전축성이라는 단어에서 '성'을 쓰긴 하지만, 요새화된 지역을 공격하는 행위를 둘러치고 공성이라고 하진 않습니다. 포위공격이라고 하지요. siege의 '주된' 의미는, 꼭 농성중인 적이 아니더라도 적을 '포위'한다는데 있습니다. 당장 under siege를 뭐라고 해석하시겠습니까?




10.
개인적으로 집요한 '한글화'에 대해 다소 다른 번역관을 가지고는 있어도 딱히 그걸 빌미로 남을 비방하거나 하는 편은 아닌데, 스타2의 번역은 실망스럽네요. 아마 본사에 한국인 직원이 있어서 직접 한건 아닐테고 보나마나 국내 몇 있는 번역업체중 한 곳에 하청을 줬을텐데;;; 괴이하게도 번역업체들이 아무리 발번역을 하고 개판으로 게임을 말아먹어도 망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진짜 돈 벌기 쉽다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코드 작업 가능한 프로그래머 몇 두고 엑셀 쓸줄 알고 수능 영어 할줄 아는 알바생 몇 명 두면 솔직히 게임 번역작업 할 수 있거든요.

아 모르겠습니다 글 쓰기도 싫어졌음; 이건 더 이상 취향의 문제가 아니네요. 개인적인 번역관과, 번역 작업의 일반론 등에 대해서 적어볼 생각이었는데 때려치울렵니다;

by 금린어 | 2009/07/02 23:27 | 게임??? | 트랙백(2) | 핑백(2) | 덧글(46)

스타2 번역시 고유명사 풀어쓰기의 문제

마린이 해병으로 번역된게 뭐가 어떻다는 건가?




0.
본문에서 말하는 언어적 사대주의의 문제는 분명 잘못된게 맞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 외의 문제도 복잡하게 얽혀 있지요.

일단, 여기서 문제시 하는 번역들은 대부분이 '고유명사'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몇몇 분야에서 돈 받고 일을 해 본 번역가 나부랭입니다만, 언제부턴가 유행처럼 되어온, 가능하면 무조건 풀어쓰는 번역 형태가 반드시 옳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번역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분야이고, 실제로 어떤 식으로 처리해도 이게 옳다 저게 옳다 찬반논란은 끊이질 않는다는 점을 미리 밝히며, 개인적인 생각임도 밝힙니다.



1.
스타2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부분 특정 장비, 혹은 유닛의 '이름' 들입니다. 현실에서 예를 찾아보면...

한국 공군의 전투기들을 보면...

F-4팬텀, F-16팰콘, F-15이글 등, 대체로 원어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유독 F-5만은 '제공호'라는 우리 말 이름이 있네요.

F-4유령(악령, 원령등), F-16매(송골매, 새매등), F-15독수리 등으로 고쳐야만 옳다고 느껴지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을겁니다. 다만 옳고 그름을 떠나서 현실의 용례는 이렇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학자나 직업 번역가들 간에도 견해가 다르다는 것이겠지요.



2.
와우의 한글화가 '고유명사를 풀어쓰는 번역이 옳다'는 분들의 호평을 받는것으로 압니다. 와우의 한글화에 대해서 제 입장은 원작의 이해가 부족한 부분의 '실수'를 제외하면 긍정적인 편입니다만, 실은 와우 역시 약간의 선을 그어놓은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종족명'의 부분이죠. 가령 Goblin은 요마가 아니라 고블린이고, Gnome은 땅의 정령이 아니라 노움이고, Elf는 요정이 아니라 엘프입니다. 드레나이(스펠링을 모르겠음)를 어거지로 '드레노어人'이라고 고치지도 않았습니다. 이걸 고칠수 있는가 없는가를 떠나서, 실제로 저런식으로 고치는 경우도 존재하거든요. 와우의 경우도, 신경 쓸 거리가 더 많아지긴 하겠지만 고치려고 들면 못 고칠것도 없는 부분입니다.

서문에서 마치 저는 '고유명사 번역을 반대한다' 처럼 읽힐까봐 미리 밝히지만, 저는 바꾸고 말고를 떠나 '일관성'을 최우선 사항으로 칩니다. 이런 부분에서 와우는 거의 완벽한 우등생이죠. 또한 고블린이며 엘프를 원어대로 놔둔 '선' 또한 마음에 듭니다. 글쎄요, 모르겠네요. 무조건 국어 단어로 치환이 옳다고 보시는 분들은 이 부분을 아쉬워 하실지도요.

아무튼 저는 요마니 밤요정이니 피요정이니 식인귀니 하는건 그다지 보고싶지 않음.




3.
번역에 있어서 정말 머리 깨지도록 고민했던 경험을 이야기 하라면, Warhammer 40000, Dawn of War의 확장팩 윈터어설트를 들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여러 확장팩중 윈터어설트와 다크크루세이드의 현지화에 직접 참여했었는데, 윈터어설트의 경우 '사서 고생'을 한 경험때문에 기억에 남는군요.

제가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 신종족 임페리얼 가드의 '가드'를 어떻게 번역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기존 번역 상태는 '근위대/근위병'으로 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guards는 그 뜻만 있는게 아니지요. 대표적으로 '경비'의 의미가 있고, '해안 경비대'지 '해안 근위대'는 아니니까요. 실제로 설정상 의미를 살펴보면 임페리얼 가드는 '제국근위대'가 아니라 '제국국방군'정도의 번역이 타당합니다.

그리하여 고민했습니다. 번역이란게 문장을 몽땅 살펴줘야 하기 때문에, 바꾼다고 '찾아 바꿈' 으로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니거든요. 게다가 이미 90퍼센트가 완성된 상태라... 진짜로 갈등되더군요. 거의 반나절의 고민 후, 저는 몽땅 '임페리얼 가드'로 통일하기로 결정하고 이틀간 죽을 고생을 사서 했답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결과적으로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꽤나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다만 미처 보지 못해 실수한 부분도 있긴 함).

번역 하다보면, 진짜로 1:1로는 절대로 딱 맞는 단어를 찾기 힘들고, 어거지로 번역하면 긁어 부스럼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4.
고유명사의 대표격 하면 '사람 이름'이 있습니다. 다른건 다 건드려도, 이름은 진짜 안 건드리는게 번역자들 사이에서는 속 편한 관례입니다. 별명 말고, 말 그대로 성과 이름이요. 한국인의 절대다수가 뜻글자인 한자 이름을 가지지만, 그 훈에 대해서는 이름 지을 때 말고는 그다지 신경 안 쓰는거랑 같은거지요.

하지만 몇몇 신념 있으신 번역자분들은 과감하게 이 선도 뛰어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욕을 먹죠. 언어사대주의니, 느낌이니 이야기를 하기 전에 글 읽는데 불편하거든요. 아마 이건 문화적 차이도 있겠습니다만은.

기술적으로도, 이름을 번역하기 시작하면 이거 답이 없어요. 진짜 손 댈 부분이 한두개가 아니거든요.

최근 2편이 나와 화제가 되고있는 트랜스포머의 주인공 로봇을 보면, 이름이 옵티머스 프라임 입니다. Optimus는 라틴어로 최고라는 뜻이에요. Prime은 영어로 같은 뜻으로, 라틴어 Primus에서 온 말인데, 의미는 '첫번째'란 뜻이죠. 어이쿠 그런데 사람 이름으로 쓰이면 그 뜻은 '첫번째 태어난 남자아이', 즉 '일남이'가 되네요. 실제로 고대 로마 인물들 이름으로 심심찮게 나오는 이름 중, 프리무스와 퀸투스는 각각 일남이, 오남이 란 뜻이지요. 물론 그 사람들이 실제로 첫째나 다섯째였을 가능성은 이름과는 무관합니다. 그냥 관습적으로 흔히 사용된 이름이니까요.

아무튼 누가 이름 지었는지 몰라도, 창조자는 진짜로 얘가 킹왕짱이 되기를 원했나봅니다. 학창시절에 놀림좀 받았을 듯요. 자, 옵티머스 프라임 한 번 번역해 보실 분?

그냥 여담이지만... 옵티머스 프라임 이란 이란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왜 라틴어+영어의 유의어를 두 개 붙여놨을까. 무슨 의도일까. 영어 사전에는 primus도 나오는데 왜 옵티머스 프라이머스가 아닐까'라며 작명자의 의도에 대해 되도 않는 고민을 했었습니다. 직업병이에요.



5.
그리고 단어 자체에 문제는 없는데, 특정 문화권에서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다 보니 이래저래 손을 봐야하는 경우도 있어요.

가령 '괴뢰'나 '인민'이란 단어를 쓰면 어디론가 잡혀가서 다시는 못 돌아올것 같다는 생각이 들것도 같다는 것이지요.



5-1. 그리고 단어야 어찌됐건, 문장 쓰는 방법이 언어마다 다르다보니 생기는 문제도 있네요.

'역습의 샤아'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저렇게 직역하는건 아무 무리가 없는데 한국어는 저런 식으로 '의'를 붙여 쓰지 않거든요.




6.
3에서 다루었던 내용의 연장인데, 한국어로 바꾸라면야 바꾸겠지만 안 바꾸는게 나은 경우들이 진짜 생각보다 많지요.

제가 스타2의 지역화(로컬라이징) 방침에 불만을 가진 이유는 '단어만 국어로 바꾸면 땡이냐?'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시즈탱크를 공성전차로 바꾸는게 쪽팔린 일이냐... 고 트랙백 본문 쓰신분이 말씀하셨는데 저는 종니 어색하네요. siege에 성을 공격한다라는 뜻이 있긴 하지만 이건 그저 성을 공격하는 전술에 '포위'가 기본이 되기 때문이고, 주된 의미는 '포위'쪽에 가깝거든요. 참고로 굳이 한국어로 바꿔야 하겠다면 사전에는 공위圍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존나 딱딱한(덤으로 구닥다리) 군사 관련 서적이 아니면 절대 볼 수 없는 단어네요. 공성전차는 '단어만 치환하면 땡이다' 라는 먹튀 번역가들의 전형적인 오역의 예라고 하겠고, 포위전차 정도가 낫겠네요. 공위전차는 더 이상하고;

배틀크루저의 경우도... 밀덕들은 보통 순양전함을 선호하지요. 저도 순양전함이 익숙하긴 한데 여기에 대해서는 밀덕 이야기가 되므로 일단 줄이겠습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전투하지 않는 순양함은 없으므로 순양전함이 맞다'는 유명한 '정리'가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순항하지 않는 전함도 없'으므로 절대 설명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사료됨(농담입니다).

콜로서스는 '거신'이라고 한 모양인데 드레드노트, 저거노트, 콜로서스 등은 이렇게 쉽게 번역해 버리면 좀 속상한 다의적인 단어들이지요. 에휴... 뭐 그럼.

번역은 '그냥 아무 단어나 자리 바꿈하면 되는, 사전 볼 줄 알면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거든요. 좋은 번역자의 진가는 문장의 자연스러움 뿐 아니라 단어 선정에서도 드러나지요.




7.
6과 구분이 쉽지 않지만, 단어선정이 잘못되어서 '번역자 병신새끼 뭔소린지 모르겠네 그럴거면 아예 그냥 원어를 쳐 써라'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여기에 관해서는 정말 유익한 글을 많이 올려주시는 모 님의 '오류시리즈'에서 주옥같은 껀수를 본적이 있는데, Papal states를 '파팔국' 이라고 번역한 경우입니다. 참고로 Papal은 '교황'을 뜻하는 Pope의 형용사형입니다. 교황령이란 뜻이겠지요.

그리고 예로부터 '병신번역사건' 하면 게임계가 단연 탑입니다. 이제는 후속작을 볼 수 없는(아마도?) 고전명작 위저드리6의 국내 정발판 메뉴얼에 보면, 종족 Elf를 '개구쟁이'라고 번역해 놨었어요. 좀 짱인덧. '단어 치환만 한 번역'의 대표적인 예가 되겠네요. 참고로 사전 찾아보면 elf에는 개구쟁이니 장난꾸러기니 하는 뜻이 있긴 있음.




8.
그리고... 바꿀 수 있는건 바꾼다, 의 당위성에 대해서도 저는 좀 회의적입니다. 저라면 '바꿀 필요가 있는 것'을 바꿀것 같습니다. 제 외국인 친구중에 Archer라는 성을 가진 녀석이 있습니다. 제가 '자 이제 석궁수를 보여줘' 라고 놀리곤 합니다만, 제가 번역하는 문장에 Archer라는 사람이 있다면 '궁수'라고 번역해야 할까요? 저라면 안 그럴겁니다. Smith나 Baker에게 '가업은 대장장이/제빵사이신가요?'라고 안 묻는것과 비슷한 이유로요.

'그건 안 바꾸는게 당연하잖아' 라고 생각되시나요? 그런데 '당연히 바꿔야지' 라고 생각하는 번역자들도 있거든요. 결국 기준의 문제라는 이야깁니다.

만약에 현실에서 그게 당연한 일이라면 저도 일관성을 위해서 개인적으로 어색하더라도 부지런히 작업하겠지만, 글쎄요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실제 병기 이름인 톰캣이나 렙터를 수코양이나 맹금이라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데 굳이 게임에서 쓰는 용어는 기를 쓰고 바꿔야 할 당위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겁니다. 뭐 저는 권위에 약한 사람이라 권위있는 학회나 정부에서 번역 지침이 나온다면 아마도 그걸 따르겠지 싶습니다만, 말머리에 적었듯 여기에 관해서는 학자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한 것이 사실입니다.




9.
중국어와 일본어를 보면, 중국같은 경우는, 사용 문자의 문제도 있겠지만 자문화 중심주의 때문에 한국같으면 그냥 외래어로 처리될법한 단어에도 정부시책으로 인위적인 대체어를 마련하는 형태입니다. 가령 center같은 경우 '중심'이라는 단어를 쓰더라구요.

일본은 정 반대로 무분별하다 싶을 정도로 외래어를 표기하는 카타가나가 난무합니다. 아마 일본어 공부하시는 분들은 여기에 관해 한 번 쯤 컬쳐쇼크를 느껴보셨지 않나 싶네요. '이런걸 왜 카타가나로 쓰는거야!' 정도의.

한국어는 여러모로 그 중간 정도네요. 제가 한국의 경우가 제일 낫다고 생각하는건 아마 한국인이고 그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이겠습니다만.





10.
몇몇 분들은 자신들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 서슴없이 '문화 사대주의자'라는 표현까지 쓰던데요, 제가 보기에 그런 분들은 반대측 입장 사람들에게 '자문화 중심주의자'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어 보입니다. 어찌 그리 서로 편협하고 배타적으로 상대를 받아들이시는지. 제가 양비론을 진짜 싫어하는데 그래도 양 극단에 서신 분들을 보면 좀 안타깝네요.

그냥 번역도 좀 해보고, 언어에 관심이 많고, 스타2도 기대중인 사람으로서 몇 자 적어봤습니다. 새벽에 생각나는대로 적어서 좀 난잡한 글이 되었네요.

by 금린어 | 2009/06/30 02:48 | 잡소리... | 트랙백(5) | 핑백(1) | 덧글(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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