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04일
스타2 번역시 고유명사 풀어쓰기의 문제 part 3.
스타2 번역시 고유명사 풀어쓰기의 문제 part 2.
시답잖은 글이 연이어 이오공감을 더럽히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허나 이오공감에 올라간 만큼 뒷 수습은 하는게 좋겠지요.
저는 음역이 우월하다고 하는게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음역이 나을 때도, 훈역이 나을 때도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무조건적인 '자국어화'를 추구하는 분들을 보면 배타적인 원리주의자의 폭주가 생각납니다. 제가 비판하는 부분은 그 쪽이에요. 어찌보면 '취존중'의 영역일수도 있겠는데, 우물에 독풀기 오류를 범하는 극단적인 모습도 보이구요.
오해를 줄이기 위해 미리 말하지만, 제가 스타2의 무분별한 한역을 비난하는 이유는, 단순히 한국어 단어로 바꿨기 때문이 아니라 그 퀄리티 자체가 저열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단어로 바꾸는건 상관 없어요. 저도 일 할때 월급 주는 사람이 그러라고 시키면 그렇게 할겁니다. 거기에는 또 걸맞는 방식이 있으니까요. 같은 이유로, 와우의 용어선정에 이의가 있으면서도 긍정하는 이유는 일관성이라는 부분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방대함을 생각하면 국내 게임들 중 최고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이고, 문장들이 매우 매끄럽기 때문입니다. 번역에서 중요한 것은 이런 부분이죠.
다시 말하지만, 저는 음역이 옳다, 음역이 우월하다, 고 하는게 아닙니다. 저 자신도 번역할때 이것저것 상황에 맞게 골라씁니다. 하지만 음역이 옳지 않다, 저열하다, 는 거짓이라고 하는겁니다.
0.
먼저, 싫은 일은 먼저 한다는 점에서 별로 상대 싫은 논쟁거리들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제 '번역제안'에 대해서 까 주신 분들의 일부를 보노라면... 아 뻘번역자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번역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전 한 자 찾아보지 않고 내 상식이 맞겠거니... 하는데서 발생하는 오류지요.
a.
고스트=유령이 적합한 번역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동의합니다만, 그렇다고 언제든 쓸 수 있는 적합어라는 것은 아니지요. 밴시-처녀귀신보다 우월한 적합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요. 따로 리플 달아주신 분도 계시지만 ghost의 폭넓은 용례에 대해 잘 모르시고 하신 말씀이겠지 싶습니다(사랑과 영혼이나, 성령의 예를 들 필요는 없겠죠). 밴시-처녀귀신, 혹은 곡귀는 '여성형' '곡성으로 존재를 표출' '그 자체는 무해함' 등의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유일무의한 적합어라는 것은 아니고, 이게 '번역 과정' 이라는 것입니다.
여담으로, 원래 한국어에는 서양에서 언데드 몬스터에 속할 다양한 단어들을 대체할만한 수단이 그다지 없으므로 RPG등의 몬스터 명칭등은 원어를 사용하는 편이 매끄럽습니다.
b.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부족의 정의는 '공통(共通)의 언어를 사용하고, 일정한 공통 영역(領域)을 가지며, 동질적(同質的)인 문화와 전통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 이랍니다. 버닝 블레이드 클랜의 설정존재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나요? 라기보다 원래 워크래프트 오크들의 부족들은 이합집산을 거친 '저러한' 집단들입니다. 그리고 워크3 때 까지 잘 만 쓰던 단어구요. 그리고 굳이 번역하다보니 저렇게 된 것이고, 저라면 클랜이라는 원어를 쓰겠습니다.
제가 몇 종류의 번역 업무를 하면서 비교적 호평을 받았던 이유는 영어보다 한국어에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이 정확한지 항시 점검할 필요가 있죠.
그리고 글을 쓰는것 보다 쓰여진 글을 까는게 편한것도 상식으로... 저에게 말씀주신 고견들 보다 훨씬 장황한 태클을 스타2의 모든 유닛 이름에 걸 수 있다는 것도 밝혀둡니다. 무의미하니까 안 하지요.
1.
음역이 번역의 포기라구요? 번역을 뭘 얼마나 해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선택지를 줄이시는지. 반대지요. 단순한 단어 1:1대칭의 훈역이야 말로 생각 하기 싫은 잡번역자들의 안이함의 상징이라고 하겠습니다. 대학생이면 사전만 있으면 하니까요. 그러나 공성전차 같은 명백한 오역이 나오겠지요. 중요한 것은, 번역자가 얼마나 고민과 사유를 거쳐 '최적'의 결과를 내느냐 하는것입니다. 저는 음역이나 훈역, 어느 쪽이 옳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저 자신도 균형을 잡기 위해 무진 노력중이구요. 허나, 음역이든 훈역이든 별다른 노력없이 배출 되었을 때 뻘번역이 나오는거죠. 그리고 그러한 고민을 하지 않고 '공성전차'같은 뻘번역을 내놓을 것이라면 음역이 오류를 줄이는 한 방편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요. 저도 초벌 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고민하지 말고 나중에 내가 처리할테니 음역해라, 고 합니다.
물론 무작정 음역이 번역 최종단계까지 아무런 터치를 받지 못하다가... 사고를 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할것 같네요. 제가 '비난'을 넘어 '경멸' 하는 음역의 경우입니다. '얼음과 불의 노래'의 1, 2부가 번역 퀄리티로 초장부터 참 말이 많았죠? 제가 본지 어언 6년이 넘어가는 책에서 아직도 기억나는게 우수르페르usurper(유서퍼, 찬탈자), 피로만세르pyromancer(파이로맨서, 불마술사/불주술사)의 두 가지 입니다. 존나 모르는게 나오면 사전을 찾아봐야 할게 아닌가요.
그런데 단어를 어떻게 번역하느냐, 하는 것은 상당히 지엽적인 문제로, 이렇게 논란이 될 문제도 아닙니다. 1-1로 넘어가지요.
1-1.
이 문제를 제기하신 분이 예로 들어주신 모 게임이 1탄인지, 2탄인지 모르겠지만 둘 다 다른 정보 없이는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려운 나름 뻘번역계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확장팩의 경우는 퀄리티가 더 저열하고, 이런 류 게임의 필수인 '일관성' 마저 유지가 되지 않아서 욕을 더 먹었었죠. 물론 이가 갈리는 네버윈터 나이츠 수준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한글판이 있으면서 원어판을 플레이 하게 만들었던, 개인적으로 기념비적인 게임이었습니다. 덕분에 학창시절 영어성적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요.
또한 '태클을 넣는 방향'이 다소 잘못된게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왜냐하면 확장팩이나 후속작을 번역하는 사람은 원작의 번역을 '최대한 고증'해야 할 의무가 있거든요. 멋지고 촌스럽고를 떠나서 원작과 괴리가 되는 번역은 지양하셔야 합니다. 말하자면, 원작 자체가 최대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이 되는 것이죠. 그리고 문장 이해가 힘들 정도로 오역이 난무하는 판에 엉뚱한 부분을 지적하고 나서면 실무자들도 사람인데, 불편한 관계가 되지 않을수가 없지요. 우선 순위가 잘못되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잘 했다는 것은 아니구요.
2.
번역에는 의미 전달이 중요하다, 그래서 한역이 반드시 옳다... 는 주장에 대해서는 앞쪽 절반은 맞지만 뒤쪽 절반은 틀렸습니다.
'베헤모스급 배틀크루저가 야마토 캐논을 발사해 콜로서스를 소멸시켰다'
나,
'대지의 괴수급 전투순양함이 큰화합 포를 발사해 거신을 소멸시켰다'
이해 안되기는 그놈이 그놈입니다. 베이스가 되는 지식을 어떻게 알고 있느냐, 혹은 받아들이느냐의 차이지 한국어로도 생소한 단어로 바꾼다고 문장이 명료해 지는것은 아니죠. 요는 바꿀건 바꾸고, 놔둘건 놔두는 것입니다.
'베헤모스급 순양전함이 야마토포를 발사해 콜로서스를 소멸시켰다' 정도가 미묘하지만 답이라고 보입니다.
그리고 방금 알게되어 좀 짜증이 났는데, Battlecruiser는 몇 년 사이에 의미정립이 완료되어 학계에서도 사전에서도 순양전함으로 표기하더군요. 한역에 논란이 되면 최신판 사전 찾아서 거기 나오는 단어 쓰는건 번역자의 '의무' 입니다. 그리고 의미상으로도 순양전함이 전투순양함보다 명료한 단어라고 봅니다. 왜 그런지는 밀덕분들이 설명을 해 주실겁니다.
레이븐이나 갈까마귀나... 갈까마귀가 까마귀와 많이 다르게 생겼다는 것을 알고, 그 이미지를 이해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콜로서스=거신 은, 오히려 어거지 번역을 통해 의미가 모호해져 버린 대표적인 경우가 되겠구요.
vulture를 독수리로 바꾸면 의미가 명확해 지느냐? 한국인의 '상식'에서 독수리는 매나 솔개와 같은 고고하고 뛰어난 맹금류의 이미지입니다. 즉, F-15 이글의 날렵하고 강력한 창공의 지배자가 그 이미지죠. 허나 벌쳐는 썩은 고기를 먹는 음습한 기회주의자의 느낌입니다. 한역 하면 오히려 원래 의미가 흔적도 없이 날아가는 예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당장 토르니 밴시니 하는 것들도 알 만한 사람 아니면 모를 단어들 아닌가요?
저는 번역할때 문단 단위로 처리하고, 명료한 의미 전달을 위해 문장을 이합집산시키고 아예 새로 쓰는 만행을 거듭합니다. 검수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문장 단위로 처리하는게 편하기 때문에 종종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훨씬 자연스럽고 퀄리티가 높은 물건이 나오게 되죠(문장 단위로 안이하게 번역하고 제대로 관리를 안해주면 저 발더스게이트 같은, 퀘스트에 앞서 단어 퍼즐부터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저 역시 명료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갖은 고민을 거듭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무분별한 훈역이 명료함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오셀로나 체스를 '서양 장기'라고 훈역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오셀로나 체스가 더 명료하지요.
트랙백 하신 분들도 제안해 주셨지만, 굳이 사전적 의미에 집착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럴커에 잠복자 보다는 촉수벌레가 훨씬 납득이 가네요. 블랙홀은 그렇다 치고 웜홀을 벌레구멍이라고 번역한건 무분별한 훈역에 떠밀린 가련한 희생으로 보고싶습니다.
3.
도올 김용옥 선생의 번역관은 제가 많은 부분 공감하는 부분이고, 실제로 저도 여러 부분 작업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편리하게 일부분만 발췌되어 '음역금지 훈역킹왕짱'의 근거로 이용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좀 씁쓸하네요. 여기에 대해서는 코멘트 하지 않겠습니다.
톨킨의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자기 편한 부분만 가져와 자기 편한 주장에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 좀 그렇군요. 왜 톨킨 스스로 모순되는 행동을 했었다는 것은 다들 모르는 것인지. 게다가 톨킨은 위대한 언어학자고 설정상 LotR의 번역자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창작자죠. 여기에 관해서는 충분히 코멘트 했다고 생각합니다.
4.
시즈탱크의 역어로 공성전차가 어색하지 않으시다는 분은 배틀크루저의 역어로 전투유람선은 어떻습니까?
참고로 영국에는 '기병'이 있는게 아니라 '기병부대'가 있고 '척탄병'이 있는게 아니라 '척탄병부대'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기갑정찰대나 기갑부대, 보병부대죠. 이런게 고유명사의 묘미입니다. 영국군에는 20여개의 근위연대가 있지만, 이들이 런던에 꽁꽁 묶여서 '근위'만 하는것도 아니죠. 저는 회계병이지만 풀도 깎고 삽질도 하고 쓰레기도 치웁니다;;;; 독일군은 보병 대신 '척탄병' 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보병전술'을 '척탄병전술'이라고 하진 않습니다. 말해도 소용없지 싶지만.
5.
농담이지만, '나의 블쟈는 그렇지 않아!'라시는 분은, 정말로 블리자드가 무슨 신청하면 돈나오는 공기업도 아니고, 1년에 게임 몇개나 만든다고 번역팀을 통째로 상주시킬거라고 '상상' 하시는 걸까요. 세간에는 '아웃소싱'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저 자신도 공식/비공식 20회가 넘는 번역질을 해봤지만, 좋게 말하면 '자유창기병', 나쁘게 말하면 '일용노동자' 였습니다.군대만 해결됐어도 인턴을 거쳐 정식 입사 했을수도 있지만 망할놈의 군대.
여담으로, 만약 이름난 번역자나 번역업체의 의뢰를 할 때, 충분한 페이를 제시하지 않으신다면 '자유창기병'이나 '일용노동자'가 대신 한 잡글뭉치를 받게 되실겁니다. 이 바닥이 그래요.
6.
어떤 사물의 이름으로 '일반명사'를 부여했다면, 이는 '고유명사'가 됩니다. 일반명사 취급을 할 필요가 없어요. '삼성'이라는 상호에서 '세 개의 별'이라는 뜻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Shell은 조가비 공예품이 아니라 정유제품을 판매합니다. 제 친구 제이 아처는 궁수 제이가 아니며, 한국인 이름 李明虎를 '자두 가문의 밝은 호랑이'라고 훈역하는 미친놈은 없습니다. 심지어 스타크래프트의 제목 자체도 '성간전술'이니 '별의 기술' 따위로 번역 않습니다. 디아블로도 '대악마' 라고 어거지 번역 안해요(중국인들은 하겠죠). 그런데 왜!!! 번역할 때는 현실에서 안 쓰는 잣대를 들이대서 독자를 불편하게 하는걸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평생가도 관사를 이해 못하는 한국인의 특징도 관련되어 있고... 아무튼 '이름'의 인식에 관해 논문도 나온적이 있습니다.
반드시 의미전달이 필요한 경우, 여기에 신경을 쓸만큼 좀 성실한 번역자들은(외람되지만, 저 자신도 포함됩니다) 일반적으로 주석을 통해 이를 해결합니다. 굳이 본문을 어거지로 건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정보전달을 중시하는 사람과, 읽기의 흐름을 끊기는 것을 원
벌쳐 이야기를 하면, 벌쳐에 독수리 이미지가 부여되었다시던데,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실까요. 병기의 이름은 그저, 적당히 이미지가 어긋나지 않고 '강해보이는' 명칭을 순서대로 붙일 뿐입니다. 가령, 티거나 판터 전차의 경우 호랑이나 표범의 이미지 자체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미군의 Paladin 자주포가 힐링을 쓴다는 것은 비밀입니다. 벌쳐의 원래 의미는 썩은 고기를 집어먹는 콘도르라는 맹금류겠으나, 스타의 벌쳐는 미래의 인류 우주군이 정찰/교란 목적으로 사용하는 날렵한 형태의 전투차량인 것입니다. 이걸 굳이 연관시킬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냥 호기심의 영역으로 찾아볼 수는 있겠죠.
의미 전달에 그렇게 집착한다면, 대체 인명으로 명명된 장비나 선박은 어쩌려고 하십니까. 미 항모 아이젠하워는 'USS 2차대전 구미연합군 총사령관' 정도 나가줘야 할까요? 이런 부분은 주석을 두는게 적절하죠?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호기심 넘치는 유저를 위해서 매뉴얼이나 공식 사이트에 설명을 달아주면 충분합니다.
7.
2002년 월드컵이 있던 해, 군인을 지망하고 있던 저는 정복을 입고 첫 휴가를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옷이 진짜로 역무원과 비슷한 점도 있고 해서 인천 집까지 가는데 무려 외국인이 11명이나 길을 묻더라구요.
저는 읽기 듣기는 대강 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영어 벙어리기 때문에, 입으로는 yes, next train 정도만 사용하며 손짓발짓과, 역에 비치된 노선표에 펜으로 써 주며 설명을 했었습니다. 요즘 들어, 좋은 번역은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건 수 많은 기존 스타 유저들이 반발하고 있는 이유인데, '익숙함을 버려야 한다는 것' 입니다. 이건 어찌보면 업체 측에서 당연히 배려해야 할 부분인데 왜 막나가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번역에 정답도 없고 당위도 없습니다. 보는 사람이 좋은 번역이 좋은 번역입니다. 번역자의 자의식을 만족하는 작업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든 논란은 있을텐데요. 그렇다면 어차피 스타2 유저 대다수는 기존 스타 유저일테고 당장 눈에 보이는 소비자 계층이기도 한데 왜 이런 식으로 방향을 잡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번역을 했었고, 앞으로도 하고 싶어하고 있으므로 묘하게 냉정하게 볼 수 있어, '나랑은 상관 없는 일' 로 치부하곤 있지만 '보통 기존 유저'들의 아우성이 이해가 갑니다.
8.
무조건적인 한역을 추구하며 '도덕적 우월감'을 가진 사람을 어제 이글루에서 보고 좀 놀랐는데, 그냥 병신인증이라고 생각하렵니다.
9.
롱소드...와 같은 명사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은, 제 방식과는 조금 다르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a.
롱소드=장검은 뜻은 통하지만 적확하게 1:1로 대응되는 단어는 아니라는 점. 예민한 사람들이 이런 부분에 신경을 씁니다. 좀 의미를 깊게 드러내자면 드래곤=/=용 이 있겠네요. 번역은 아니지만, 드래곤 라자의 이영도 작가가 이런 이유로 롱소드, 갤러리, 차지 등의 단어를 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동의는 못하지만 이해는 간다... 랄까요.
b.
일관성을 위해서 입니다. 제 경우도 워해머 제국의 3대 기본 병종인 소드맨, 스피어맨, 할버디어를 번역하면서 무지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검병, 창병, 창부병으로 가느냐, 원음대로 가느냐. 결론은 익숙하다는 이유로 후자를 택했었습니다. 그런데 또 제국 말고 다른 종족은 창병으로 번역하기도 했으니... 어디까지나 융통성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걸작 SF '어둠의 왼손'을 보면, 소설의 대부분은 음역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원어가 뭔지 궁금하다, 주석을 달아줬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거든요. 그러나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며 열쇠가 되는 '엔보이' 만은 '사절'로 번역하지 않고 원어를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이런게 융통성이죠.
10.
제가 말하고자 하는것과 경험으로 깨달은 것은, 음역이든 훈역이든, '무조건'이 붙는 순간 안이함의 도피처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단어 선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관성' 이고, 일관성보다 중요한 것은 문장, 문단의 명시성이 되겠습니다. 이상한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훈역했으니 우월해' 하는 태도가 이해가 안 갈 뿐이라는 것이죠. '문화사대주의자' 라는 극단적인 단어만 안 나왔어도 제가 정전블로그에 세 차례에 걸쳐 시답잖은 글을 쓰진 않았을 겁니다.
번역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 지식이 아닙니다. 오히려 영어 지식보다는 한국어 지식이 중요하고(영어는 주어 동사 안 헷갈릴 정도에 사전 찾을 정도면 됨. 그러나 한국어는 단편 소설정도는 쓸 실력이 되어야 함), 그보다도 유연한 사고방식이 중요합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크기와 무게가 제각각인 '단어'라는 물체를 양팔저울 양쪽에 올려서 균형을 잡는다고 할까요?
훈역이 우월하다느니, 음역이 저열하다느니 하는 엉성한 방법론으로는 스타2의 유닛명과 같은 어설픈 반쪽자리 번역이 나올 뿐입니다. 답은 '그때그때달라요'+'취향이니존중해달라능'이 되겠네요.
시답잖은 글이 연이어 이오공감을 더럽히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허나 이오공감에 올라간 만큼 뒷 수습은 하는게 좋겠지요.
저는 음역이 우월하다고 하는게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음역이 나을 때도, 훈역이 나을 때도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무조건적인 '자국어화'를 추구하는 분들을 보면 배타적인 원리주의자의 폭주가 생각납니다. 제가 비판하는 부분은 그 쪽이에요. 어찌보면 '취존중'의 영역일수도 있겠는데, 우물에 독풀기 오류를 범하는 극단적인 모습도 보이구요.
오해를 줄이기 위해 미리 말하지만, 제가 스타2의 무분별한 한역을 비난하는 이유는, 단순히 한국어 단어로 바꿨기 때문이 아니라 그 퀄리티 자체가 저열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단어로 바꾸는건 상관 없어요. 저도 일 할때 월급 주는 사람이 그러라고 시키면 그렇게 할겁니다. 거기에는 또 걸맞는 방식이 있으니까요. 같은 이유로, 와우의 용어선정에 이의가 있으면서도 긍정하는 이유는 일관성이라는 부분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방대함을 생각하면 국내 게임들 중 최고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이고, 문장들이 매우 매끄럽기 때문입니다. 번역에서 중요한 것은 이런 부분이죠.
다시 말하지만, 저는 음역이 옳다, 음역이 우월하다, 고 하는게 아닙니다. 저 자신도 번역할때 이것저것 상황에 맞게 골라씁니다. 하지만 음역이 옳지 않다, 저열하다, 는 거짓이라고 하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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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싫은 일은 먼저 한다는 점에서 별로 상대 싫은 논쟁거리들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제 '번역제안'에 대해서 까 주신 분들의 일부를 보노라면... 아 뻘번역자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번역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전 한 자 찾아보지 않고 내 상식이 맞겠거니... 하는데서 발생하는 오류지요.
a.
고스트=유령이 적합한 번역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동의합니다만, 그렇다고 언제든 쓸 수 있는 적합어라는 것은 아니지요. 밴시-처녀귀신보다 우월한 적합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요. 따로 리플 달아주신 분도 계시지만 ghost의 폭넓은 용례에 대해 잘 모르시고 하신 말씀이겠지 싶습니다(사랑과 영혼이나, 성령의 예를 들 필요는 없겠죠). 밴시-처녀귀신, 혹은 곡귀는 '여성형' '곡성으로 존재를 표출' '그 자체는 무해함' 등의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유일무의한 적합어라는 것은 아니고, 이게 '번역 과정' 이라는 것입니다.
여담으로, 원래 한국어에는 서양에서 언데드 몬스터에 속할 다양한 단어들을 대체할만한 수단이 그다지 없으므로 RPG등의 몬스터 명칭등은 원어를 사용하는 편이 매끄럽습니다.
b.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부족의 정의는 '공통(共通)의 언어를 사용하고, 일정한 공통 영역(領域)을 가지며, 동질적(同質的)인 문화와 전통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 이랍니다. 버닝 블레이드 클랜의 설정존재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나요? 라기보다 원래 워크래프트 오크들의 부족들은 이합집산을 거친 '저러한' 집단들입니다. 그리고 워크3 때 까지 잘 만 쓰던 단어구요. 그리고 굳이 번역하다보니 저렇게 된 것이고, 저라면 클랜이라는 원어를 쓰겠습니다.
제가 몇 종류의 번역 업무를 하면서 비교적 호평을 받았던 이유는 영어보다 한국어에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이 정확한지 항시 점검할 필요가 있죠.
그리고 글을 쓰는것 보다 쓰여진 글을 까는게 편한것도 상식으로... 저에게 말씀주신 고견들 보다 훨씬 장황한 태클을 스타2의 모든 유닛 이름에 걸 수 있다는 것도 밝혀둡니다. 무의미하니까 안 하지요.
1.
음역이 번역의 포기라구요? 번역을 뭘 얼마나 해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선택지를 줄이시는지. 반대지요. 단순한 단어 1:1대칭의 훈역이야 말로 생각 하기 싫은 잡번역자들의 안이함의 상징이라고 하겠습니다. 대학생이면 사전만 있으면 하니까요. 그러나 공성전차 같은 명백한 오역이 나오겠지요. 중요한 것은, 번역자가 얼마나 고민과 사유를 거쳐 '최적'의 결과를 내느냐 하는것입니다. 저는 음역이나 훈역, 어느 쪽이 옳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저 자신도 균형을 잡기 위해 무진 노력중이구요. 허나, 음역이든 훈역이든 별다른 노력없이 배출 되었을 때 뻘번역이 나오는거죠. 그리고 그러한 고민을 하지 않고 '공성전차'같은 뻘번역을 내놓을 것이라면 음역이 오류를 줄이는 한 방편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요. 저도 초벌 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고민하지 말고 나중에 내가 처리할테니 음역해라, 고 합니다.
물론 무작정 음역이 번역 최종단계까지 아무런 터치를 받지 못하다가... 사고를 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할것 같네요. 제가 '비난'을 넘어 '경멸' 하는 음역의 경우입니다. '얼음과 불의 노래'의 1, 2부가 번역 퀄리티로 초장부터 참 말이 많았죠? 제가 본지 어언 6년이 넘어가는 책에서 아직도 기억나는게 우수르페르usurper(유서퍼, 찬탈자), 피로만세르pyromancer(파이로맨서, 불마술사/불주술사)의 두 가지 입니다. 존나 모르는게 나오면 사전을 찾아봐야 할게 아닌가요.
그런데 단어를 어떻게 번역하느냐, 하는 것은 상당히 지엽적인 문제로, 이렇게 논란이 될 문제도 아닙니다. 1-1로 넘어가지요.
1-1.
이 문제를 제기하신 분이 예로 들어주신 모 게임이 1탄인지, 2탄인지 모르겠지만 둘 다 다른 정보 없이는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려운 나름 뻘번역계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확장팩의 경우는 퀄리티가 더 저열하고, 이런 류 게임의 필수인 '일관성' 마저 유지가 되지 않아서 욕을 더 먹었었죠. 물론 이가 갈리는 네버윈터 나이츠 수준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한글판이 있으면서 원어판을 플레이 하게 만들었던, 개인적으로 기념비적인 게임이었습니다. 덕분에 학창시절 영어성적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요.
또한 '태클을 넣는 방향'이 다소 잘못된게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왜냐하면 확장팩이나 후속작을 번역하는 사람은 원작의 번역을 '최대한 고증'해야 할 의무가 있거든요. 멋지고 촌스럽고를 떠나서 원작과 괴리가 되는 번역은 지양하셔야 합니다. 말하자면, 원작 자체가 최대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이 되는 것이죠. 그리고 문장 이해가 힘들 정도로 오역이 난무하는 판에 엉뚱한 부분을 지적하고 나서면 실무자들도 사람인데, 불편한 관계가 되지 않을수가 없지요. 우선 순위가 잘못되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잘 했다는 것은 아니구요.
2.
번역에는 의미 전달이 중요하다, 그래서 한역이 반드시 옳다... 는 주장에 대해서는 앞쪽 절반은 맞지만 뒤쪽 절반은 틀렸습니다.
'베헤모스급 배틀크루저가 야마토 캐논을 발사해 콜로서스를 소멸시켰다'
나,
'대지의 괴수급 전투순양함이 큰화합 포를 발사해 거신을 소멸시켰다'
이해 안되기는 그놈이 그놈입니다. 베이스가 되는 지식을 어떻게 알고 있느냐, 혹은 받아들이느냐의 차이지 한국어로도 생소한 단어로 바꾼다고 문장이 명료해 지는것은 아니죠. 요는 바꿀건 바꾸고, 놔둘건 놔두는 것입니다.
'베헤모스급 순양전함이 야마토포를 발사해 콜로서스를 소멸시켰다' 정도가 미묘하지만 답이라고 보입니다.
그리고 방금 알게되어 좀 짜증이 났는데, Battlecruiser는 몇 년 사이에 의미정립이 완료되어 학계에서도 사전에서도 순양전함으로 표기하더군요. 한역에 논란이 되면 최신판 사전 찾아서 거기 나오는 단어 쓰는건 번역자의 '의무' 입니다. 그리고 의미상으로도 순양전함이 전투순양함보다 명료한 단어라고 봅니다. 왜 그런지는 밀덕분들이 설명을 해 주실겁니다.
레이븐이나 갈까마귀나... 갈까마귀가 까마귀와 많이 다르게 생겼다는 것을 알고, 그 이미지를 이해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콜로서스=거신 은, 오히려 어거지 번역을 통해 의미가 모호해져 버린 대표적인 경우가 되겠구요.
vulture를 독수리로 바꾸면 의미가 명확해 지느냐? 한국인의 '상식'에서 독수리는 매나 솔개와 같은 고고하고 뛰어난 맹금류의 이미지입니다. 즉, F-15 이글의 날렵하고 강력한 창공의 지배자가 그 이미지죠. 허나 벌쳐는 썩은 고기를 먹는 음습한 기회주의자의 느낌입니다. 한역 하면 오히려 원래 의미가 흔적도 없이 날아가는 예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당장 토르니 밴시니 하는 것들도 알 만한 사람 아니면 모를 단어들 아닌가요?
저는 번역할때 문단 단위로 처리하고, 명료한 의미 전달을 위해 문장을 이합집산시키고 아예 새로 쓰는 만행을 거듭합니다. 검수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문장 단위로 처리하는게 편하기 때문에 종종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훨씬 자연스럽고 퀄리티가 높은 물건이 나오게 되죠(문장 단위로 안이하게 번역하고 제대로 관리를 안해주면 저 발더스게이트 같은, 퀘스트에 앞서 단어 퍼즐부터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저 역시 명료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갖은 고민을 거듭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무분별한 훈역이 명료함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오셀로나 체스를 '서양 장기'라고 훈역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오셀로나 체스가 더 명료하지요.
트랙백 하신 분들도 제안해 주셨지만, 굳이 사전적 의미에 집착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럴커에 잠복자 보다는 촉수벌레가 훨씬 납득이 가네요. 블랙홀은 그렇다 치고 웜홀을 벌레구멍이라고 번역한건 무분별한 훈역에 떠밀린 가련한 희생으로 보고싶습니다.
3.
도올 김용옥 선생의 번역관은 제가 많은 부분 공감하는 부분이고, 실제로 저도 여러 부분 작업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편리하게 일부분만 발췌되어 '음역금지 훈역킹왕짱'의 근거로 이용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좀 씁쓸하네요. 여기에 대해서는 코멘트 하지 않겠습니다.
톨킨의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자기 편한 부분만 가져와 자기 편한 주장에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 좀 그렇군요. 왜 톨킨 스스로 모순되는 행동을 했었다는 것은 다들 모르는 것인지. 게다가 톨킨은 위대한 언어학자고 설정상 LotR의 번역자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창작자죠. 여기에 관해서는 충분히 코멘트 했다고 생각합니다.
4.
시즈탱크의 역어로 공성전차가 어색하지 않으시다는 분은 배틀크루저의 역어로 전투유람선은 어떻습니까?
참고로 영국에는 '기병'이 있는게 아니라 '기병부대'가 있고 '척탄병'이 있는게 아니라 '척탄병부대'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기갑정찰대나 기갑부대, 보병부대죠. 이런게 고유명사의 묘미입니다. 영국군에는 20여개의 근위연대가 있지만, 이들이 런던에 꽁꽁 묶여서 '근위'만 하는것도 아니죠. 저는 회계병이지만 풀도 깎고 삽질도 하고 쓰레기도 치웁니다;;;; 독일군은 보병 대신 '척탄병' 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보병전술'을 '척탄병전술'이라고 하진 않습니다. 말해도 소용없지 싶지만.
5.
농담이지만, '나의 블쟈는 그렇지 않아!'라시는 분은, 정말로 블리자드가 무슨 신청하면 돈나오는 공기업도 아니고, 1년에 게임 몇개나 만든다고 번역팀을 통째로 상주시킬거라고 '상상' 하시는 걸까요. 세간에는 '아웃소싱'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저 자신도 공식/비공식 20회가 넘는 번역질을 해봤지만, 좋게 말하면 '자유창기병', 나쁘게 말하면 '일용노동자' 였습니다.
여담으로, 만약 이름난 번역자나 번역업체의 의뢰를 할 때, 충분한 페이를 제시하지 않으신다면 '자유창기병'이나 '일용노동자'가 대신 한 잡글뭉치를 받게 되실겁니다. 이 바닥이 그래요.
6.
어떤 사물의 이름으로 '일반명사'를 부여했다면, 이는 '고유명사'가 됩니다. 일반명사 취급을 할 필요가 없어요. '삼성'이라는 상호에서 '세 개의 별'이라는 뜻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Shell은 조가비 공예품이 아니라 정유제품을 판매합니다. 제 친구 제이 아처는 궁수 제이가 아니며, 한국인 이름 李明虎를 '자두 가문의 밝은 호랑이'라고 훈역하는 미친놈은 없습니다. 심지어 스타크래프트의 제목 자체도 '성간전술'이니 '별의 기술' 따위로 번역 않습니다. 디아블로도 '대악마' 라고 어거지 번역 안해요(중국인들은 하겠죠). 그런데 왜!!! 번역할 때는 현실에서 안 쓰는 잣대를 들이대서 독자를 불편하게 하는걸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평생가도 관사를 이해 못하는 한국인의 특징도 관련되어 있고... 아무튼 '이름'의 인식에 관해 논문도 나온적이 있습니다.
반드시 의미전달이 필요한 경우, 여기에 신경을 쓸만큼 좀 성실한 번역자들은(외람되지만, 저 자신도 포함됩니다) 일반적으로 주석을 통해 이를 해결합니다. 굳이 본문을 어거지로 건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정보전달을 중시하는 사람과, 읽기의 흐름을 끊기는 것을 원
벌쳐 이야기를 하면, 벌쳐에 독수리 이미지가 부여되었다시던데,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실까요. 병기의 이름은 그저, 적당히 이미지가 어긋나지 않고 '강해보이는' 명칭을 순서대로 붙일 뿐입니다. 가령, 티거나 판터 전차의 경우 호랑이나 표범의 이미지 자체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의미 전달에 그렇게 집착한다면, 대체 인명으로 명명된 장비나 선박은 어쩌려고 하십니까. 미 항모 아이젠하워는 'USS 2차대전 구미연합군 총사령관' 정도 나가줘야 할까요? 이런 부분은 주석을 두는게 적절하죠?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호기심 넘치는 유저를 위해서 매뉴얼이나 공식 사이트에 설명을 달아주면 충분합니다.
7.
2002년 월드컵이 있던 해, 군인을 지망하고 있던 저는 정복을 입고 첫 휴가를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옷이 진짜로 역무원과 비슷한 점도 있고 해서 인천 집까지 가는데 무려 외국인이 11명이나 길을 묻더라구요.
저는 읽기 듣기는 대강 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영어 벙어리기 때문에, 입으로는 yes, next train 정도만 사용하며 손짓발짓과, 역에 비치된 노선표에 펜으로 써 주며 설명을 했었습니다. 요즘 들어, 좋은 번역은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건 수 많은 기존 스타 유저들이 반발하고 있는 이유인데, '익숙함을 버려야 한다는 것' 입니다. 이건 어찌보면 업체 측에서 당연히 배려해야 할 부분인데 왜 막나가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번역에 정답도 없고 당위도 없습니다. 보는 사람이 좋은 번역이 좋은 번역입니다. 번역자의 자의식을 만족하는 작업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든 논란은 있을텐데요. 그렇다면 어차피 스타2 유저 대다수는 기존 스타 유저일테고 당장 눈에 보이는 소비자 계층이기도 한데 왜 이런 식으로 방향을 잡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번역을 했었고, 앞으로도 하고 싶어하고 있으므로 묘하게 냉정하게 볼 수 있어, '나랑은 상관 없는 일' 로 치부하곤 있지만 '보통 기존 유저'들의 아우성이 이해가 갑니다.
8.
무조건적인 한역을 추구하며 '도덕적 우월감'을 가진 사람을 어제 이글루에서 보고 좀 놀랐는데, 그냥 병신인증이라고 생각하렵니다.
9.
롱소드...와 같은 명사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은, 제 방식과는 조금 다르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a.
롱소드=장검은 뜻은 통하지만 적확하게 1:1로 대응되는 단어는 아니라는 점. 예민한 사람들이 이런 부분에 신경을 씁니다. 좀 의미를 깊게 드러내자면 드래곤=/=용 이 있겠네요. 번역은 아니지만, 드래곤 라자의 이영도 작가가 이런 이유로 롱소드, 갤러리, 차지 등의 단어를 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동의는 못하지만 이해는 간다... 랄까요.
b.
일관성을 위해서 입니다. 제 경우도 워해머 제국의 3대 기본 병종인 소드맨, 스피어맨, 할버디어를 번역하면서 무지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검병, 창병, 창부병으로 가느냐, 원음대로 가느냐. 결론은 익숙하다는 이유로 후자를 택했었습니다. 그런데 또 제국 말고 다른 종족은 창병으로 번역하기도 했으니... 어디까지나 융통성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걸작 SF '어둠의 왼손'을 보면, 소설의 대부분은 음역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원어가 뭔지 궁금하다, 주석을 달아줬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거든요. 그러나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며 열쇠가 되는 '엔보이' 만은 '사절'로 번역하지 않고 원어를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이런게 융통성이죠.
10.
제가 말하고자 하는것과 경험으로 깨달은 것은, 음역이든 훈역이든, '무조건'이 붙는 순간 안이함의 도피처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단어 선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관성' 이고, 일관성보다 중요한 것은 문장, 문단의 명시성이 되겠습니다. 이상한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훈역했으니 우월해' 하는 태도가 이해가 안 갈 뿐이라는 것이죠. '문화사대주의자' 라는 극단적인 단어만 안 나왔어도 제가 정전블로그에 세 차례에 걸쳐 시답잖은 글을 쓰진 않았을 겁니다.
번역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 지식이 아닙니다. 오히려 영어 지식보다는 한국어 지식이 중요하고(영어는 주어 동사 안 헷갈릴 정도에 사전 찾을 정도면 됨. 그러나 한국어는 단편 소설정도는 쓸 실력이 되어야 함), 그보다도 유연한 사고방식이 중요합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크기와 무게가 제각각인 '단어'라는 물체를 양팔저울 양쪽에 올려서 균형을 잡는다고 할까요?
훈역이 우월하다느니, 음역이 저열하다느니 하는 엉성한 방법론으로는 스타2의 유닛명과 같은 어설픈 반쪽자리 번역이 나올 뿐입니다. 답은 '그때그때달라요'+'취향이니존중해달라능'이 되겠네요.
# by | 2009/07/04 17:48 | 게임??? | 트랙백(1) | 덧글(2)



